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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11일 자진사퇴는 무엇보다 과학기술계의 강력한 비토가 가장 큰 원인이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뼈대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이들의 불신에 청와대는 명분을 잃고 말았다.

박 전 본부장은 당초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의 멍에를 벗고 재기를 다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원고지 20여장 분량의 ‘사퇴의 변’에서 황우석 사태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박 전 본부장은 ‘사퇴의 변’에서 “11년 전 황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정부의 연구방향 설정에서 국민 여론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 박사는 엄청난 스타 과학자였다”며 자신이 지원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또 “황 박사 연구가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은 것은 제가 보좌관으로 일하기 훨씬 전인 10여년 전부터였다. 여기에서 주홍글씨의 씨앗이 잉태됐다”며 “황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이 제 (청와대 보좌관)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제가 논문 사기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황 박사의 서울대 연구실에 대통령을 모시고 간 사람은 제가 아니다. 제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실험실 당사자조차 제가 모시고 간 것으로 쓰고 있다”면서 “저에게 덧칠하기 위해 허위 내용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그래도 참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전 본부장은 본부장 업무에 임했던 각오도 설명했다. 그는 “저에게 꿈이 있었다. 과학자가 정부에 들어갔다 나와도 정치교수가 되지 않는 꿈”이라며 “과학기술운동에 거의 40년 몸담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진정성과 인격마저 송두리째 매도됐다. 이렇게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원망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당초 박 전 본부장 임명을 강행키로 했던 청와대의 기류가 바뀐 것은 10일 박 전 본부장의 입장 발표 직후였다. 청와대는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관련 수석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의 반응을 며칠 지켜보고, 그래도 반대가 심하면 사퇴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된 셈이다.

청와대는 전날 박 대변인의 발표가 ‘박기영 구하기’라는 비판도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메시지는 박 본부장이 청문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일종의 배려”라며 “실제로는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어서 청와대가 대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일 밤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오전 “문 대통령에게도 여론이 보고됐다”며 “과학기술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10시간여 만에 박 전 본부장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정치권과 과학기술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젊은 과학자 모임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김찬현 사무국장은 “본인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정부가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과정을 통해 실력을 쌓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사태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스스로 현명할 결단을 내려서 다행”이라며 “과학기술 분야는 국가 명운을 가르는 백년지대계인 만큼 합당한 인물을 원점에서부터 물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 위원장에 송재호(57)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송 위원장은 노무현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글=강준구 최예슬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윤성호 기자




원문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97829&code=11121600&sid1=p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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