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cage

한국어
사용자 정의 검색

미디어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최신’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사용된다. 최신 기종, 최신 상품, 최신예 전투기…. 이런 방식으로 쓰이지만 이 말이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곳은 휴대전화와 같은 첨단 정보통신(IT)기기다. 최신이란 단어가 붙을수록 어떤 상품이 가장 최근에 출시된 건지를 가늠케 해준다. 시간적으로 가장 뒤에 출시된 게 가장 진보한 제품이란 진화론적 의미를 함의한다. 모든 생물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진화한다는 생각. 그게 기계, 디지털 기기에까지 이입된 결과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과 문명이 진보한다는 인식은 자연의 시간마저 인간의 문명과 기술로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됐다. 진화론은 유전자 복제를 통해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연과학적 믿음에 뿌리박고 있다. 이것은 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 보편 종교가 됐다.
그런데 진보된 최신 디지털 제품은 고도로 전문성을 가진 사용자가 아니라면 그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능과 진보된 성능이 항상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가 사람의 필요에 의해 진보하는 게 아니라, 기계의 진보에 맞춰 사람의 필요와 욕구가 유도되는 시대인 셈이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는 ‘최신’이라는 진화론적 영생불사가 필요한 시대의 부산물이다. 현대인은 최신 기기에 대한 호기심과 선택 앞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일마저 불사한다. 현대인은 모두가 기술문명의 주술에 감염돼 얼리어답터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사람들이 최신 제품에 빠져드는 주술을 거부하지 못하는 건 각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한성이 가져올 죽음에 대한 공포를 깨어있는 정신으론 마주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인간은 죽음과 대면할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모든 인간이 늙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육체를 갱생하려는 무의식을 갖는다. 이 무의식의 의지가 최신 제품 소유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신 IT기기는 산업사회가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판매하는 일종의 환각제다. 최신 기종의 휴대전화가 대량으로 생산됐다가 폐기되고, 또 소비되는 순환구조는 인간에게 자기 유한성에 대한 인식의 폐기를 강요한다. 기술문명은 이런 인식을 없앰으로써 인간을 절대자로부터 멀리 떼어놓는 것이다.

각성된 상태로 죽음을 생생하게 마주할 때 인간은 절대자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죽음을 대면하지 못하는 삶, 죽음의 종말을 향해 열려있지 않은 현재의 삶은 비인격적일 수밖에 없다. 절대자에 대한 감수성을 잃은 예배, 절대자를 통해 비루한 인간의 모습을 반추하지 않는 종교는 절대자의 풍성한 은혜를 감지할 수 없다. 꽃이 피고 열매 맺고, 시들고 사멸해가는 이 땅의 생명들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는 것은 신앙의 본류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초록의 햇살과 초목의 뿌리를 적시는 맑은 물소리, 그리고 나를 넘나드는 한줄기 바람과 아침마다 풍경(風磬)을 걸어놓는 새소리, 이 모든 존재와 그들의 생멸 가운데서 아픔과 환희를 자각하는 게 신앙이다. 내게 주어진 매 순간이 최종의 시간이며 최신의 삶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은 절대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민감한 사람이 보이는 최상의 반응, 그것은 바로 ‘감사’다. <영동 물한계곡교회 목사>


원문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547298&code=61221111&sid1=all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460 “백남기 어르신, 듣고 계십니까?” 심상정의 편지 admin 2017.06.17 0
27459 윤소정 타계, 슬픔 빠진 연극계… 대한민국연극인장 엄수 admin 2017.06.17 0
27458 미 해군 구축함, 필리핀 상선과 충돌… 7명 실종 admin 2017.06.17 0
27457 美 해군 구축함, 일본 해역서 상선과 충돌… 7명 실종 admin 2017.06.17 0
27456 강원 FC, K리그 클래식 연착륙 admin 2017.06.17 0
27455 김시우 US오픈 2라운드 공동 8위 admin 2017.06.17 0
27454 지카 21번째 환자 발생… 태국 방문 여성 admin 2017.06.17 0
27453 국내 21번째 지카 감염자 발생… 태국 여행 30세 admin 2017.06.17 0
27452 '악녀' 김옥빈 여배우 최초 영화배우 평판 1위 admin 2017.06.17 0
27451 딱 하나 빠졌다…文정부, 일자리 추경이 필요한 7가지 이유 admin 2017.06.17 0
27450 설사질환 '노로바이러스' 감염 급증… 올바른 손씻기로 예방 admin 2017.06.16 0
27449 정명훈-조성진,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콘서트서 만난다 admin 2017.06.16 0
27448 어르신사랑연구모임 유경 대표가 말하는 행복하게 나이드는 법 admin 2017.06.16 0
27447 아프리카를 사랑한 여인 ‘아이러브아프리카’ 이창옥 이사장 admin 2017.06.16 0
» [김선주 목사의 작은천국] 얼리어답터와 환각제, 그리고 신앙 admin 2017.06.16 0
27445 '폭염이 시작됐다' 서울 전지역 폭염주의보 admin 2017.06.16 0
27444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100세 시대의 크리스천 계로록(戒老錄) admin 2017.06.16 0
27443 [박효진의 사모it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미안해” admin 2017.06.16 0
27442 지하철서 ‘성기 노출’ 남성 신고하자 돌아온 황당 답변 admin 2017.06.16 0
27441 원불교 사상 방명록에 남기는 이낙연 총리 admin 2017.06.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