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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소천 하셨어요.”

남편의 전화에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1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던 시조부는 84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시조부 빈소는 부산에 마련됐다. 기차 티켓을 미리 예약해둬야 할 것 같아 남편에게 물었더니 “예배 후에 내려가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은 예배가 있던 수요일이자 남편의 설교가 있는 날이었다.

‘남편이 할아버지 돌아가신 슬픈 마음을 숨기고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이런 날은 다른 교역에게 부탁해도 될 것 같은데’ ‘실수하면 어떡하지.’ 걱정부터 앞섰다.

시조부는 첫 손자인 남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목회자 길을 가는 손자는 그에게 늘 자랑이자 기쁨이었다. 남편의 마음에도 어린 시절 바쁜 부모를 대신해 키워주신 시조부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자리했다.

걱정과 달리 남편은 덤덤하게 설교를 잘 마쳤다. 예배시간 내내 남편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예배가 끝나고 마지막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길, 그제야 남편의 얼굴에 드리운 슬픔이 보였다.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슬픔을 감추는 남편을 보면서 ‘할아버지를 잃은 슬픈 마음과 상황 속에서도 설교를 위해 강대상에 서야 했을 때 남편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 졌다.

시조부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남편 이모의 응급수술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 다음날은 남편이 쉬는 월요일이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큰 수술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이모와 가족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기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감사했다.

하지만 남편 발걸음이 향한 곳은 이모가 입원한 병원이 아닌 성도의 장례식장이었다. 사역을 하다보면 이렇게 내 가족보다는 성도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사역과 가정 둘 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회자라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교회 공동체와 성도가 우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님이 맡겨주신 양떼들을 잘 돌보고 살피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사모들은 “출산의 순간이나 아이가 아팠을 때, 1년에 한번밖에 없는 생일, 부모님의 병환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날 등 남편이 함께 있어야할 자리에 없었던 날이 더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많은 한국 목회자들이 사역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가정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중요한 사역이라는 것을 목회자들도 잘 안다.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목회자 가정은 하나님의 공동체도 잘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사모도 이런 남편의 미안한 마음을 잘 알지만 때로는 밉고 서러운 감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사모도 더욱 하나님만 의지하는 믿음으로 살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남편이 온전히 하나님께 가족을 맡겨드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주님 제가 당신이 주신 영혼들을 위해 섬기며 감당할 힘과 능력을 구합니다. 그리고 나의 가족을 당신께 맡겨드리오니 주님 지켜주소서”라는 믿음의 고백 앞에 힘들고 외로워도 사모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분이 기뻐하시는 길을 가야지”라고 다짐해본다.

박효진 기자 [email protected]


원문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547232&code=61221111&sid1=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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